WOONG GALLERY

공명 résonance
장광범 (Kwangbum Jang)
2024.02.16 - 03.16

장광범의 작업에서 공명을 떠올리는 것은 고요한 호수에 돌을 하나 던져 동심원을 그리며 퍼지는 물결들을 만들었던 어린시절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잔잔한 물가에 하나의 돌에 만족하지 못하고 모래를 흩뿌리면 더 미세하지만 수없이 많은 동그라미들이 만들어졌다 이내 사라지기도 했다. 이것은 소리를 만드는 공기의 진동과 같은 속성이다. 소리는 수많은 진동을 만들며 공기를 울려 소리를 전달하지만 이내 사라지고 만다. 이처럼 장광범의 작품 앞에 섰을 때 우리는 직관적으로 과거의 여러 경험들이 소환되는 것을 알아차린다.’

 

- ‘장광범이 만드는공명”’ 글 中, 이수영(백남준아트센터 학예사) -

 

 

 

웅갤러리에서는 오는 216일부터 316일까지 장광범 개인전 공명, résonance’을 진행한다. ‘공명, résonance’ 전은 웅갤러리와 장광범 작가가 함께하는 2번째 개인전이다.

 

장광범 작가는 파리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에콜 데 보자르의 떨어져 나간 오래된 벽의 마모된 흔적에서 과거로부터 겹겹이 쌓인 벽 칠의 단면을 발견함을 통하여 시간의 형상을 가시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작가는 이 형태를 통해 작업으로 구체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착안했고, 시간과 같은 자연의 비가시적 요소들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시도를 지금까지 끊임없이 해오고 있다. 작가의 작업은 아크릴 물감을 여러 겹으로 쌓아 올린 후 그라인더로 표면을 갈아내고 물감의 층위를 드러내며, 이렇게 쌓아 올려진 물감의 층과 결은 시간의 축적을 암시한다.

 

전시제목인 ‘공명, résonance’는 장광범의 ‘Montagne()’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설명하는 단어이다. 작가는 산 시리즈를 설명하면서 산의 이미지는 실제로 존재하는 산이 아니며, 시간의 축적된 모습이 솟아오르는 산과 같은 형상으로 구현된 것이라고 말한다. 시간의 형상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이 융기화(솟아오름) 된 추상 형태로 표현된 셈이다. 작품에 나타난 산, , 불의 이미지들은 사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세하게 변화하는 유동적인 형상, 대상 안에서 흐르고 움직이는 시간의 형상을 표현한 것이다.

 

학예사 이수영은 장광범의 ‘Montagne()’ 앞에 섰을 때의 경험할 수 있는 공명을 두 가지 맥락으로 설명한다. 우선 작품을 보는 개개인의 과거의 경험과 현재에서 발생하는 공명이다. “지금 내 앞에는 작품이 있고, 웅장한 산의 형상을 보는 감각적이고 지각에 근거한 경험이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경험은 무엇인가. 과거에 산과 관련된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경험이다.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과거의 경험이 작품 앞에 서는 순간 피어 오른다.”

 

그리고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의 행위에 동반하는 수행성으로부터 오는 공명을 설명하며 작가는 한번 물감을 올리고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색을 바꿔 또 물감을 쌓는다. 이렇게 하기를 여러 차례, 물감의 레이어가 완성된 다음에 작가는 그라인더를 들어 미세하게 그 표면을 갈아내고 물감의 층위를 드러내는 한편 추상적인 형태를 만든다. 그의 작품에서 붓을 들어 산줄기와 나무를 그리는 행위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은 수묵으로 그린 오래된 산수화 앞에 선 것처럼 여러 겹의 시간의 층위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작가의 수행성 덕분에 우리는 여러 차례 다른 색의 물감을 쌓아 올리는 반복적인 작업의 방식에서 기약없이 반복되는 시간을 보내고 반복되는 일상을 되풀이하는 삶의 경험까지 끄집어 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1, 2층에서 진행되며, Montagne()’시리즈의 신작들을 중점적으로 총 2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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